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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닷컴]‘필리핀 은퇴이민’ 묻고 따진뒤 떠나야 실패없다
관리자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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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은퇴이민’ 묻고 따진뒤 떠나야 실패없다

 경향닷컴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50∼60대를 중심으로 필리핀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민자들은 투자목적 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 바기오의 부동산 둘러보고 있는 은퇴이민자들. <사진제공:필리핀 은퇴청 공식 마케터 (주)락소>

최근 모 방송사에서 필리핀 은퇴이민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직장 은퇴 후 필리핀으로 은퇴이민을 온 부부는 “한국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방과 가사를 돌보는 여성 도우미 2명과 운전기사 1명을 고용하며, 부부동반으로 골프를 치고, 야채와 생선을 사기 위해 필리핀 시장을 구경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 여기에 아이들은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에 다녀 영어로 대화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지난해 경기침체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은퇴이민이나 투자이민을 떠나는 해외이민자 수가 급감했다. 하지만 경기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면서 은퇴이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고환율과 경기둔화로 필리핀 은퇴이민을 포기했던 최모씨(49)는 다시 이민수속을 밟고 있다. 그는 아이들 영어공부라도 제대로 시키자는 아내의 설득에 이민 알선업체를 찾았다.

- 무작정 떠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 등지로 은퇴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필리핀은 365일 따뜻한 날씨에 한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저렴한 물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래할 수 있는 지리적 근접성(한국에서 3시간) 때문에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다.

필리핀 은퇴청(PRA)에 따르면 2004년 219명이던 한국인 은퇴비자 신청자 수는 2005년 371명, 2006년 1178명, 2007년 125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지만 ‘월 200만원으로 귀족처럼 살 수 있다’는 광고카피에 이끌려 필리핀을 찾았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은퇴이민지 1호’라며 매스컴에서 소개한 필리핀 바기오 지역은 밀려드는 한국이민자들 때문에 포화 상태다. 고지대로 비교적 기후가 서늘하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길이 경사져 자동차 매연이 심각하다. 언제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겨울에는 골프 치기가 힘들고, 골프장이 하나인데 비해 많은 한국인들이 주로 오전에 몰리기 때문에 예약하기도 어렵다.

필리핀 은퇴청 공식 마케터 (주)락소의 홍정렬 부장은 “언어문제 극복이나 현지 주민들과의 어울림 등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필리핀은 은퇴 목적으로 노인들이 가서 편히 쉰다는 측면만 보면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부장은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이민을 결정해야 한다”며 “막연하게 쉬고, 골프치고 식의 ‘묻지마’ 은퇴이민은 곤란하다. 은퇴이민 설명회에 참석하고, 현지답사를 가고, 전문가의 안내를 받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야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한 이민업체 관계자는 “계획 없이 이주한 후에 여흥에 집중하는 것도, 그렇다고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어디를 가던 돈을 벌면서 사는 것은 힘들다. 그런 경우는 은퇴 이민이 아니라 그냥 ‘이민’인 셈이다”며 “은퇴 이후의 삶을 마냥 한가롭게 정의하면 안 되고, 어떤 여생을 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한국의 건설사가 진출해 콘도 등을 비롯한 주택을 지어 분양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 부동산 설명을 듣고 있는 은퇴이민자들. <사진제공:필리핀 은퇴청 공식 마케터 (주)락소>

- 총기소지 등 불안한 치안 문제 -

필리핀은 우리와 달리 치안이 불안한 나라이다. 특히 총기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경찰청에 등록된 민간인 총기만 해도 100만 여정이다. 여기에 뒷골목에서 거래되는 불법총기까지 난무하면서 필리핀은 총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리핀 정부 역시 총기 사고를 최소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총기사건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누구나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허가 없이도 쉽게 불법으로 제작된 사제 총을 구할 수 있다. 심지어 세부 다나오 지역은 지역 주민 전체가 허가 없이 사제 총을 제작, 판매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0대의 한국인 여성 재력가가 총에 맞아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에도 한국인 일가족 3명이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홍 부장은 “빈민인구가 많은 필리핀에서는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데다 총기 사고에 대한 불감증도 적은 편”이라며 “더구나 현지인들에게 ‘한국인은 돈이 많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므로 돈 자랑을 하거나 튀는 옷차림, 행동 등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나 관광 목적으로 온 한국인들의 경우 단순절도나 소매치기를 당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내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흉악범죄에 휘말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교통체증도 불편에 한 몫 거든다. 수도 마닐라의 경우에는 늘어난 차량으로 심한 체증 몸살을 앓고 있다. 평소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도 트래픽잼에 걸리면 40분 넘게 걸린다. 이에 대해서도 홍 부장은 메트로 마닐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그렇지 수도를 벗어나면 여전히 한가한 휴양지, 시골의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 ‘필리핀=파라다이스’ 맹신은 무리 -

‘무조건 가고 보자’는 풍조는 분명 실패할 확률이 높다. “월 200만원이면 부부가 365일 동안 골프를 칠 수 있으니 연금 및 퇴직금으로 여유로운 노후를 보낸다”는 일부 언론의 장점위주의 보도와 여행사들의 상업성이 가미된 홍보문구만을 믿다가는 위험하다.

홍 부장은 “현지에 정착한 한국인도 만나보고, 현지 문화도 직접 겪어보면서 이 곳이 은퇴 후 노후를 보낼 것인지를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은퇴이민이 아닌 투자이민이나 사업을 하는 경우 70%가 손해를 보고, 20%가 그럭저럭, 10%만이 수익을 내는 상황”이라며 일부 이민 알선업체의 장밋빛 부동산사업이나 분양광고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50~60대를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으로의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최근 환율급등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근접한 지리적 위치와 저렴한 생활비 등의 장점은 물론 아시아 국가지만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영어연수 대상국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국제학교는 수준 높은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일반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학비가 저렴하지만, 국제학교와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학비가 상당하다. 국제학교는 보통 1500만~2000만원이 들고, 사립학교도 상당한 학비가 소요된다. 학비가 1년에 40만~50만원 정도인 로컬스쿨 중에도 간혹 교육환경이 좋은 곳이 있으므로 이런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은퇴이민 떠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50가지’의 저자 홍영규 국제변호사는 “은퇴이민은 외국으로 진출하는 일이므로 위험요소가 많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필리핀의 경우에는 은퇴이민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들에게 미화 2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예치 받는데, 이는 은퇴 이민한 외국인이 필리핀에서 살 수 없을 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비행기비용으로 받아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은퇴이민 알선업체 이사는 “은퇴이민은 부정과 긍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면서 “미지의 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현지에 적응하지 못해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가족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경향닷컴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041732371&code=9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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